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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에서 요가공부#7 Bali Yoga
    발리 이야기 2023. 9. 11. 23:43

    8.6 (Sun)

     

     드디어 꿀같은 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이곳에서의 루틴에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5시반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러 요가샬라로 갔다. 부지런한 독일친구 엘라가 먼저와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역시 독일인) 곧이어 호주 친구 카리싸도 옆에 왔지만, 우리 셋은 서로를 존중하여 나긋하게 '굳모닝'의 눈빛만 교환하고 서로의 수련에 집중했다.

     

     아직 Half Primary 시퀀스도 다 배우지 못했지만, 이전에 해본 것과 내가 해온 하타 수련을 접목해서 나만의 아쉬탕가로 땀을 쭉 뺐다.  

     

    지힛

     나는 오늘 우붓에 가서 요가반 수업을 듣고, 지난 번에 못간 선선와룽에서 밥도 먹을 예정이다. 코스 친구들 몇몇은 계획이 없는 해맑은 모습이었다. 리트릿을 왔으니 그저 리조트에만 머물겠다는 카리사, 몇몇은 함께 모여 우붓을 구경하러 간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하루종일 눈떠서 눈감을 때까지 함께하는 친구들과 유일한 휴일만큼은 떨어져 지내고 싶었다.

     

     아침 식사를 부랴부랴하고 (바나나 팬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손에 두 개를 집어들고 일어났다.) 9시 출발하는 셔틀을 타러 갔다. 탑승자는 나뿐이었다... 앞자리 보조석에 앉아서 오늘 처음 본 리조트 직원 '앤디'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게인 '발리 사람들은 왜이렇게 영어를 잘해? 222'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하는데 자꾸 나보고 예쁘다고하는 앤뒤... 하얗고 골져스해서 내가 너랑 다니면 사람들이 다 질투할걸? (수준급의 플러팅). 발리 너무 좋아서 살고 싶다하니 발리남자랑 결혼하라고 (적극적인 플러팅) 물론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예의 수준이라는 정도는 알아챘지만, 나도 모르게 바짝 채워진 자존감.ㅎ

     

    햇살마저 발리스러운 우붓의 일요일 아침

     어젯 밤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걱정했는데, 다행이 아침에는 해가 쨍쨍해서 젖은 땅마저 금방 말라가고 있었다.

    요가반에서는 플라잉요가인 'Fly high yoga'를 하려다가, 내가 좋아하는 '하타 플로우' 수업이 있길래 그 수업에 참여했다.

    생각보다 특별한 것은 없는 그냥 하타 플로우였다. 오히려 Emi의 시퀀스가 그리웠달까... 이 기회를 통해, 남은 기간 동안에는 한국에 없는 특별한 클래스를 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업들어가기 직전에 한국인 여성분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남편분과 여행왔다가 요가수업에 참여하신 필라테스 강사님이었다. 요가/필라테스 선생님들은 죄다 동안인가보다. 믿기지 않는 외모의 '언니'와 옆자리에서 나란히 수련을 했다. 일주일만에 한국말을 하니 속이 좀 시원하긴 하드라...

     

     그 유명한 요가반은 (이 장소 때문에 우붓에 요기들이 찾아왔고, 요가원이 많아져 지금은 우붓=요가가 되었을 정도의 랜드마크) 마치 큰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거대한 샬라 여러개가 빌리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먹고 마시고 쉴 수 도 있었으며, 큰 2층짜리 샬라에서는 가장 유명한 'Ecstatic Dance'가 진행되고 있었다. Yogi's club이라 불리는 엑스태틱 댄스... 키르탄 같은 요가음악에 맞춰 불꺼진 샬라에서 침묵하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수업이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다른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춤을 춰본적이 없다. 얼마나 자유로울까? (끝내는 넘치는 인기에 티켓팅을 실패하고 참여하지 못했따... 이로서 다음에 다시 발리, 우붓을 올 이유가 생김)

     

    Welcome to Yoga Barn CAMPUS
    각자의 매트 앞에 'Adjustment Yes / No'가 적인 사인을 둔다. 선생님이 핸즈온 하는게 (손을 대어 자세를 교정해주는 것) 싫으면 No를 놓으면 된다. 난 예쓰. 제발 교정해줘.
    당시엔 그냥 예뻐서 찍었는데, 지금보니 Lokah Samastah Sukhino Bhavantu = May all beings everywhere to be happy and free.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트라

     요가를 마치고 나니 시워언한 스무디볼이 바짝 땡겼다. 땡볕을 지나 근처의 딱히 유명하지 않은 카페로 들어갔다. 인테리어도 너무 좋고 탁트인 전경도 좋았다. 이로서 요가 수련 후에는 스무디볼을 찾는 버릇이 들어버렸다..

     

    대놓고 몰촬

    예뻤는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나
    용과 스무디볼에 파파야와 민트 케피어라임.

     땀을 좀 식히고 다시 걸어서 몽키포레스트로 갔다. 여행이라는 게 진짜 별게 없다. 그냥 원숭이 셀카를 나도 하나 갖고 싶어서 입장료를 내고, 셀피 티켓을 샀다. (입장료 100k, 셀피 이용권 50k) 원숭이도 원숭이지만, 포레스트 자체도 산책하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입장권을 구매하는 줄부터 어마어마했다. 로비에 앉아있는데, 원숭이가 슬금슬금 관광객들 가방염탐하는 모습과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옷차림을 보면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다.

     

     원숭이는 뭔가 어색한 골짜기에 걸린 것처럼 귀엽다기보다 이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어무 귀여웠다... 뭔가 동물성이 더 강한 인간을 보는 느낌? 본능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아이들의 모습 같았다. 

     셀피 이용권으로 받은 팔찌를 보여주며 초록색옷을 입은 직원에게 어서 찍어달라고 했다. 그는 내게 우선 옥수수 몇알을 쥐어주며 원숭이를 무릎위로 올라오게 불러보라고 했다. 왔다. 야무진 손가락으로 옥수수만 싹 가지고 가버렸다.

     직원이 뭔가 인니어로 욕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하자며 조금 더 성숙해보이는 원숭이를 불러들였다. 배가 부른지 옥수수에 흥미가 없어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요런 몽키셀피가 나왔다. 헤헤...

    나도 찍었다! 몽키셀피! 원숭이 존잘!
    사원을 장식한 조각들. 섬세하고 정교하다. 인도네시아에서 핸드메이드로 먹고 살기 힘들듯.
    무슨 일이 있었음이 틀림없는 원숭이
    웅장한 반얀트리

     정글이라는 식생이 한국에는 없어서인지 웅장한 숲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긴 하더라! 실제로는 처음 본 반얀트리가 너무 멋지고 신기했다. 가지가 내려가서 뿌리가 되고, 그 뿌리가 또 자라서 기둥이 되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반얀트리.

     사실 그것보다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 구경하느라 더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가방에 넣어둔 선글라스를 슬쩍하려는 원숭이와 눈이 마주쳤지만. 겁을 주자 모른척을 시전하는 원숭이ㅅㅋ. 귀여웠다.

    길가다 발견한 공사현장. 철근대신 대나무를 사용한다.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아서 (생각을 어떻게 했는쥐 ㅋ) 금방 구경을 마치고 선선와룽을 가기 전에 찻집을 찾아 향했다.

    Arteas라는 티하우스인데, 엊그제 마신 커피에 잠을 잃어버린 후 있는 동안은 커피대신 차를 즐기기로... 다짐했다.

     

     꽤 근사한 찻집이었고, 여러가지 중국의 차는 물론 컨셉에 맞추어 로컬 차를 블렌딩한 메뉴도 센스있었다. 어린 직원 둘이 까르르 떠들다가 내가 들어오니 갑자기 프로페셔널해진다. 이전에 대만에서 우롱티를 맛본 후 기회만 되면 우롱차를 마시곤 했기에, 로즈 우롱차와 판단 코코넛 중에서 고민을 했다. 판단 (Pandan)은 발리에서 지인짜 흔한 식물인데,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 다다르 굴룽의 초록색도 이 판단이고, 자낭에서 예쁜 초록색을 띄고 있는 물체도 이 판단이다. (Chopped pandan) 특유의 구수한(?) 향이 있다. 

     발리 로컬의 향을 쫓아 판단 코코넛을 주문하고, 비건 초콜릿이 전혀 비건 맛이 안난다는 앙카의 이야기에 따라 비건 브라우니도 주문했다. (한국에 비해 너무 저렴해서 내가 부자가 된 기분. 베이커리까지 먹다니)

     

     그리고는 메자닌처럼 생긴 윗층으로 올라갔다. 텅빈 가게에 동양인 여자분 혼자 이미 앉아계셨다. 본능적으로 한국인레이다를 켰다. 한국인이 맞았다. 왜인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시는 것 같아 말을 걸지 않고, 구석쟁이 방석자리에 신발을 벗고 반쯤 누워 '태도의 말들'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그 한국인 여자가 갑자기 두 손을 합장하여 머리위로 올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슨 10000000% 요가하러 오신 분이다.

     

     낮에 요가반에서 만난 필라테스 강사님이 자기 아는 동생도 발리에 요가하러 와서 맨날 새로운 사람들 많이 만나고 되게 재밌게 보냈더라. 라는 말에 매일 피곤에 쩔어 잠들기 바빴던 나를 되돌아 보고 있었다. 더불어 용기가 생겨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설령 같이 어울리기를 거절당한들 뭐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머쓱하고 끝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말 걸기'였다. 

     언뜻 차가운 서울여자같던 소영씨는 한국말로 말을 걸자 겁나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셨다. 아, 뭐지 결이 같음이 느껴져.

     알고보니 소영씨도 요가 유니언이라는 곳에서 200hr TTC를 하고 있던 것! 너무 반가워서 서로의 요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합석해버렸다. 원래 차를 좋아해서 인스타 차계정까지 운영하는 능력자 소영찌는 음식을 전공한 개발자 (띠용) 이었다. 재주가 많은 게 틀림없다. 요즘 사람들은 연락처를 쉽게 주지 않는다. 그녀는 나와 인스타친구만 맺고, 디엠으로 연락하기로 한다. 그래도 그녀에게 맛집정보, 요가원 정보 등을 얻었다. (덕분에 Alchemy를 알게 되어, 이내 나의 최애 요가원으로 등극!ㅜ_ㅜ)

    기념사진 찍길 잘했다! 앞으로 우리는 또 볼 수 있을 것인가..?!

     마사지 예약 때문에 저녁은 함께하지 못하고 먼저 떠나버린 소영씨. 나는 영어공부를 위해 아랫층 서점에서 영어 원서 책을 사기로 한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에세이집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왜인지 발리에서는 감성을 더 따르고 있어 하루키의 소설을 집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읽어면서 문장력을 키워야지! (비소설을 샀어야 했다. 그것도 일본어가 원어인 번역본을 사다뉘 vavo)

     

     지난 번에 웨이팅이 길어서 실패했던 선선와룽에, 피크타임을 피하여 방문했다. "어 테이블 포 원펄쓴."

    여기 나시 참푸르는 더 화려하고 맛도 다양했다. 디저트로 피상고렝 (Pisang =Banana, Goreng=Fried)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튀김과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을 줄 아는 멋진 사람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모든지 튀겨먹는다고 했던 유디의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튀김을 잘하겠지? 식사를 마치니 Tridatu 삼색 팔찌를 그 의미가 적힌 종이와 건내주었다. 팔ㅉㅣ +1

    진짜 와룽맛집으로 유명해진 어느 집안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분위기도 음식도, 꾸며놓은 것도 너무 로컬스럽고 예뻤다.
    발리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식사! 선선와룽의 나시참푸르와 피상고렝 w/아이스크림. Yummy.

     여행자의 삶은 매일이 새롭고 즐겁다. 특히 발리는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더 재밌지만, 로컬들 특유의 수용적인 태도가 벌써 그립다.

     

     반드시 느리게 사는 게 좋다는 게 요즘의 편견인 것 같다. (이것이 편견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빠르고 촘촘하게 살더라도 그게 내 속도와 맞다면 상관없다는, 서울에서는 내 속도대로 살 수 없어 내 삶의 기어를 잡고자 귀농했다는 루시드 폴의 말이 깊게 와닿은 하루였다.

Written & Photographed by Ga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