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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에서 요가공부#5 Bali Yoga
    발리 이야기 2023. 9. 11. 17:44

    8.4 (Fri)

     

     오늘은 오후에 템플에 가는 날!

    아침수업도 아쉬탕가대신 빈야사를 했다. 수업 마지막 즈음에 challenging pose를 파트너 요가로 진행했는데, 요가티쳐 이전에 피티쌤을 했던 전문가 톰과 파트너가 되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 왼쪽 허벅지는 안과 밖으로 스트레칭이 필요하고, 오른쪽 허벅지는 바깥쪽이 매우 타이트하다고 한다. 너의 오른쪽에 무슨일이 있었냐며 묻는 톰... 그래 맞아.. 몇달 전에 왼쪽 갈비뼈가 부러져서 뼈가 붙는 동안 몸의 균형이 틀어져서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지.. 몸은 역시 거짓말을 못한다. 내 일기보다 정확할 것 같다. 아무튼 이것들을 풀어주면 더 나아지려나?

     

     아침 식사 후 다같이 리조트에서 마련해준 차를 나눠타고 이동했다. 입장료나 다른 것들은 챙길 것 없이 말그대로 호올딱 젖을테니까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꼭! 챙기라고 했다.

     

     요가원을 졸업한 후에 짱구로 넘어가서 서핑할 생각으로 챙겨온 드라이백과 수건, 그리고 선크림을 야무지게 챙겼다.

     아직 서로가 너무 어색한데... 닥치는대로 차를 탔더니 톰 옆에 앉게 되었다. 지금 영국에서 무슨 요가를 하는지, 어떻게 요가를 시작했는지~ 삶이 어떤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템플에 도착했다.

     오프닝 세레모니때 의식을 주도한 망후가 (또) 오셔서 우리 그룹을 이끌고 의식을 주도했다. 향과 꽃이 담긴 접시를 2-3명당 한 셋트로 나누어주고, 향을 바닥에 꽂은 후, 꽃잎을 합장한 손 가운데 손가락 끝에 끼워 총 세번의 기도를 올렸다. (이 세번도 각각의 의미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ㅜ_ㅜ) 다른 관광객들은 이런 의식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인지, 따로 페이를 해야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우리 그룹의 이 의식을 많이들 구경하더라.

     

     기도를 올릴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웠던 꽃잎을 오른쪽, 왼쪽 귀옆에 꽂고, 그대로 Holy water가 있는 우물 (..?)로 향했다. 홀리 워터에 홀딱 젖을 차례.

     

     오른쪽, 왼쪽 두 갈래로 나뉜 우물 같은 곳에 총 다섯 개의 홀리워터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아니 물줄기가 아니었다. 거의 폭포 같았다.. 이 물로 (또) 세 번 얼굴을 씻고, 세 번 입을 헹구고, 마지막으로 세 번 물을 마신 후에 온 몸으로 물줄기를 받으며 기도를 올리는데, 이것을 다섯 개 모두 + 반댓쪽 우물로 넘어가서 다섯번 또해서 총 10번을 해야한다.

     이 때, 일주일 먼저와서 가족들과 발리여행을 한 스테이시 언니가 속닥속닥 귓속말로 '물을 마시라고 하는데, 절대 마시지마... 우리 아들이 저거 마시고 배탈 제대로 낫잖아... 그냥 마시는 척하면서 흘려보내' 라고 하는 것을 운좋게 주워들은 덕에 발리벨리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온몸으로 물줄기를 맞는데, 말했듯이 거의 폭포처럼 드센대다가 (참 이 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라고 했다) 처음해보는 새로운 경험이라서 머릿속이 완전 새롭게 refresh되는 기분이었다.

    견학으로 방문한 사원
    의식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망후. 석상한테도 사롱을 입힌 게 귀엽다.
    바닥에 돌로 만든 꽃모양
    아... 내 기억으론 폭포수 같았는데... 사진은 왜이렇게 자그마한 물줄기같지.. 줄서서 차례로 의식을 치르고 있는 동기들
    홀리워터 의식 후 새 사롱으로 갈아입고 사자머리하고 한컷.. 사원 내에서는 무조건 사롱을 두르고 있어야 한다.

     아직은 어색한 우리는 다같이 (오픈형..) 탈의실에서 다 같이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나눠바른 후에 사원을 마저 둘러봤다.

    발리에 온지 얼마안된 우리에게 템플 소풍을 마련한 쌤들 쎈스가 너모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 동기 중 청이점 중 나머지 한명 필리피노 가드너 Jessie와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Jessie도 원래는 배를 타는 seaman이었는데, 여리고 따뜻한 마음씨에서 섬세함을 느꼈지만, 본인도 이 섬세함에 '나는 누구지? 왜 살지?'라는 고민에 빠져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세계여행을 했다고 한다. 1여년의 여행 후 돌아와서 다시 하던일은 절대 하기 싫어져, 자연과 가깝게 할 수 있는 가드너라는 직업을 택했다고 한다. 그 때가 십년 전, 그가 30대 초반일 때의 일이라고 한다. 30대 초반에는 원래 고민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가보다.

     

     그때부터 심리학도 공부하고, 요가도 접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제씨는 매일매일 긍정적인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수업시간에 나타났고,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초반에는 내게 맨날 pretty Gayeon이라고 해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알고보니 이 대화 이후에 내 이야기를 듣고는 내게 긍정적인 말을 매일 해주려 했던 것 같았다.

     

     하루를 일찍시작하니 하루가 무지 길다.

    사원을 다녀와서 씻고, 점심식사를 한 후에 우붓시내로 나갔다.

    사원에서 돌아와 먹은 점심. 가지와 템페를 볶은 요리와 잡곡밥.. 살사, 야채가 잔뜩 들어간 그릴드 랩 + Fresh Young coconut

    별점 높았던 Anomali coffee에서 믿음이가 선물해준 책 '태도의 말들'을 읽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저자(인터뷰어)의 섬세하고 친절한 고민이 뚝뚝 묻어나는 말들이 많아서 한 장 한 장 dog ear로 표시하고 싶은 소중한 책이다.

     근데 발리는 흡연구역이 따로 없더라..? 책 읽는 내내 옆에서 담배를 한놈이 무슨 거의 한갑을 다 피우더라..? 커피도 맛있고 좋았는데, 차마 못버티고 장소를 이동했다.. 윽

    Anomali coffee에서 일주일만에 아아와 내가 직접 싼 '태도의 말들' 책

     그리고는 아트마켓이 있는 거리로 향했다. B매거진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Threads of life를 목적지로 찍고 가니 아트마켓이 주변에 있었다. Threads of life에서 동전지갑을 사고. (아! 오늘은 까먹지 않고 달러를 챙겨서 환전완료~!) 자개가 박인 은 귀걸이와 반지, 늘 탐내던 대나무 풍경을 샀다. 돌이켜보니 모두 바가지를 왕창 쓴 것 같지만, 어느정도 알고 씌워진 부분도 있다. 이들도 나의 지출에 행복함을 느꼈겠지? 내가 이들을 위해 offering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름다웠던 Threads of life 매장. 아름답고 비쌌음.
    Dance like no one is watching!
    아름다웠던 Sunsun warung의 입구!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맞은 편 Run's warung에 가서 나시참푸르를 먹었다.
    작지만 정갈한 로컬 밥집, Run's warung
    Vegan 나시 참푸르 (닭고기 사테 대신 템페 사테를 제공)와 빈땅맥쥬...일주일만에 접한 알코홀. 작은 밥집이지만 맛은 인정이었다. 가격도 나시참푸르는 그냥 가정식 밥과 반찬인 메뉴로 보통 35k 루피아 (3000원) 정도라서 내가 너무 사랑했던 메뉴

     

     발리 무드가 가득담긴 그래픽 티셔츠를 사고 싶어서 Volcom 매장에 들어갔는데, BTS 노래가 계속 나오길래, 점원을 쳐다봤다. 말을 걸었다. "이거 한국노래네? 나 한국사람이거든ㅋ" 자기는 매장에 있는 내내 방탄 노래만 틀어둔다는 찐팬이었다. "나는 사실 BTS를 좋아하진 않거든"이라고 말하니깐 나를 세상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더라... 그래서 말 바꿈. 아아니... 좋아하지! 사랑하진 않아..(비굴) 발리 사람들은 아무튼 벽이 없다. 먼저 말을 걸든, 걸어오든 마음이 열려있다는 게 느껴진다.

     

     데우스 매장에서 티셔츠를 보고있는데, 한 아줌마가 거울을 본다고 길을 딱 막고있었다. Excuse me하니 쏘리~라며 길을 비켜주긴 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국인이었다. 무슨 단체에서 온 것 같은데,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 둘에게 나는 이것도 잘어울리고 저것도 예쁘다며 말투에서부터 불쾌한 행동으로 가득한 분이었다. 사람이 닮고자 하는 멘토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절대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멘토도 꼭 필요하다고 들었다. 저얼대 저사람 처럼은 안늙어야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발리에서 가낭 좋은 건 "나에 대한 미움"이 없다는 거다. 놀랍게도 여기 오기전의 나는 나의 행동, 말투, 지금의 힘든 상황을 만든 나 스스로를 매순간 미워하고 질타했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을 내가 듣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이유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여기에서의 나는 내가 밉지 않고, 내 모든 선택을 믿고 후회하지 않는다. 내 모든 선택을 존중한다.

Written & Photographed by Ga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