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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요가공부#6 Bali Yoga발리 이야기 2023. 9. 11. 21:37
8.5 (Sat)
발리커피가 찐하다고들 하더니, 어제 오후에 아노말리에서 마신 커피 탓인지 밤새 거의 잠을 못잤다.
평소같으면 토요일인데 뭐 어때~라고 생각했을텐데 ㅜ_ㅜ 여기는 인도네시아. 주 6일 일하고 공부하는 게 official한 나라로 우리 요가원 수업도 주6일로 진행되어, 오늘은 일주일의 피로가 가득 쌓인 날^^ (내 몸: 어?모야? 오늘 왜 안쉬어? / 내 정신: 침착해)
잠을 못자서인지 아침 아쉬탕가 수업 때 원래부터 고통받던 기립성 저혈압이 더 심해져서 몇번을 주저 앉았다. Ram이 다가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는 물을 마시고 천천히 하라고 했다. 나도 나인게 쉬지 않고 그냥 중간 중간 앉았다가 끝까지 수업을 마쳤다. 나중에 따로 물어보니, low blood pressure인 경우, 특히 머리가 아래에서 위로 갑자기 올라오는 동작을 할때에는 원래처럼 우짜이 호흡으로 숨을 천천히 마시면서 일어나지 말고, 숨을 참은 후에 다 올라와서 숨을 마시라고 했다.
우짜이 호흡이 '완전한 호흡'이라는 뜻으로, 코로, 정확히는 인후로 공기가 들어가고 나가면서 나는 'Ocean sound (Soham)를 내며 하는 호흡이다. 인후를 쓸고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공기가 데워져 몸에 들어오는 데다가, 호흡이 천천히 진행되며, 더 풍성하게 할 수 있어서,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호흡법이다. 저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혈압이 낮은데, 이 우짜이 호흡을 하면 혈압이 더 낮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안좋다는 것... 그래도 알려준대로 하니 어지럼증이 90% 이상 완화되었다.
역시 신통방통한 Ram & Emi 쌤들.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코코넛 브레이크까지 하루에 네 번씩 음식을 사이에 두고 스몰토크를 나눌 시간이 생기니, 매일 전세계의 새로운 친구들과 서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루마니아에서 온 산부인과 의사 앙카와 이야기를 나눴다. 앙카는 의사로서 학회에 참여했다가, 인도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유르베다 의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사람이 인도로 초대하여 요가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앙카는 세계의 여러가지 의학이 흥미롭다고 한다.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학회 겸 여행을 다니는데, 산부인과에서 피부미용과로 전향하여 뷰티 시술을 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You're gonna be a rich!" 부러웠당...
앙카는 나와 이야기 한 후에 갑자기 한국여행 뽐뿌가와서 결국.. 올해 10월에 한국을 여행할 예정이다ㅋ 그 땐 내가 호스트로서 잘 챙겨줘야지.
또, 다른 친구들에게서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호주에서 온 Carissa라는 친구도 패션업계에서 일을 한다고 들었다. 동종업계 친구를 여기서 만나다니~ 호주 패션 취업에도 관심이 있던 나는 운 좋게, 코코넛 브레이크 타임에 카리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리사도 내게 먼저, 너도 패션업계에서 일한다묘~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카리사는 나와 나이까지 같았다. (키만 달라)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뉴욕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뉴욕으로 넘어갔으나, 도저히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짓고, 돌아왔고, 디자이너 일도 그만 뒀다고 한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발생해 집에서 내가 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좋아하는 액티브웨어에 입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실행했다고 한다. 원단, 부자재, 프린팅, 봉제까지 모두 Bunbury라는 호주 서부 도시, 자기가 사는 동네의 로컬업체와 일한다고 한다.
카리사는 늘 다른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듣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쁜 편견이 없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꼈다. 그렇게 막히거나 갇힌 게 없으니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액티브웨어 브랜드 'Liqidsong'
https://liqidsong.square.site/
https://liqidsong.square.site/
liqidsong.square.site
둘 모두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나도 아이디어가 있을 때마다 기록해서 내것을 하고싶다.
Emi와의 빈야사와 명상시간은 늘 즐겁고 새로운 걸 접하게 해준다. 오늘은 '요가 니드라'를 했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두들 겉옷을 챙겨입고, 매트에 볼스터를 베고 사바아사나로 편하게 누워, 에미의 인스트럭션에 따라 바디스캔을 하고, 손끝 발끝부터 서서히 몸의 긴장을 풀고 깊은 휴식에 들어갔다.
내가 한국에서 접한 빈야사는 아사나 사이사이에 움직임이 많고, 자세에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하타요가 위주로 수련하던 내게는 번잡하고, 정렬의 시간이 부족해서 만족도가 낮은 클래스였다. 근력이 부족한 내게 '하이런지'가 대부분인 동작들이 벅차기도 했고. 하지만, 에미는 도입부와 중간중간에 친절한 스트레칭을 넣는다. 직접 많이 해보고, 느꼈다는 게 시퀀스에서 느껴지고, 수련자를 배려하는 성품이 느껴진다. 이런 빈야사라면 언제나 좋다. 그 힘들던 아쉬탕가도 Ram과 함께 배우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TTC를 세번째하고 있는 톰에게, 왜냐고 물었을 때, 가르치는 선생님마다 다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참 운이 좋게도, 나와 결이 비슷한 친절하고 진실성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있다. (룸메인 클리에나도 늘 나를 배려한다. 우리는 늘 서로를 배려하기 때문에 한번도 부딪힌 적이 없다. 하지만 서양사람들은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배려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잣대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게는 그게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쉽게 거절도 못하는 편이라.)
요가원의 동기들은 전 세계에서 왔고, 연령도, 성별도 문화적 배경도 제각각이다. 아일랜드, 영국, 호주, 미국, 남아공, 덴마크, 러시아, 폴란드, 독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또,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까지. 그럼에도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게 느껴진다. 아무리 문화적 배경의 영향이 있어도 사람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요가를 하기 위해 발리까지, 한 달의 시간을 투자할만큼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감수성이 있는 섬세한 사람들이다. 벌써 정이 많이 들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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