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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에서 요가공부#21 Bali Yoga
    발리 이야기 2023. 10. 17. 18:54

    8.20(Sun)
    "바투르산 지프투어, 크레트야, 그리고 우붓 시내 돌아보기~"
     
     드.디.어! 발리에서 첫 투어, 바투르 지프투어와 크레트야를 가는 날이다! 둘 다 SNS에서 우붓 여행의 필수코스로 알고 있었기에 무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빡센 요가원 일정의 끄트막에서 맞이한 첫 투어라서 무지 기대가 컸다.
     
     어제 새벽까지 놀다가 들어온 탓인지, 지난 밤의 수면은 마치 눈을 잠깐 감았다가 뜬 것만 같았다. 가이드가 기다릴까봐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샐리언니네 숙소 앞에 도착한 차를 타고 출발했다. 새벽 3:30... 온 세상이 까맸다. 언니와 나는 꾸벅꾸벅 졸며 이동 시간을 활용해 모자란 잠을 채웠다. 
     어딘가 산 아래 시골마을 같은 풍경 앞에서 차가 정차했다. 발리에 와서 처음 느껴보는 추위였다. 잠깐 이곳이 네팔의 히말라야 산 입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ㅋ 베이스캠프에서는 차와 커피를 내어주는 사장님 아내분과 투어 기사님들, 대기중인 투어러들이 평상 같은 곳에 앉아있었다. 날씨가 꽤 추운지 두꺼운 외투를 돈받고 빌려주고 있더라. (근데 다 폐기 직전의 옷들이라 이걸 빌려입느니 그냥 추워서 죽자 싶었다.)
     나는 다행이 샐리언니가 챙겨준 노스페이스 바람막이를 입고, 안에는 스튜디오K에서 샀던 맨투맨을 입어서 춥지 않았다.
     
     카덱 (Kadek. 그는 어느 집의 둘째이다. 이름에서 가족관계 바로 스포됨.) 이라는 가이드는 굉장히 촌스러워 보였지만, 아이폰 사진을 겁나게 잘찍는 묘한 사람이었다. 사방이 뚫린 지프차 뒷자석에는 이슬이 맺혀 궁둥이가 축축한 의자위에 담요가 깔려있었다. 언니랑 나는 어딘가 팔려가는 느낌의 사진을 찍히고, 코어 없으면 목 허리 부러졌을 듯한 흔들림을 견디며 정해진 일출 대기 지점까지 갔다. 

     출발하며 바라본 하늘에는 이곳이 얼마나 청정구역인지 알 수 있을 만큼의 별이 쏟아졌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농협은행..)
    일출지점에는 지프차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고, 시뻘건 해가 조그맣게 떠오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득달같이 사진을 찍었다. 우리 바로 앞의 이탈리아 쌍커플은 줄담배를 피워대며, 한국 유치원생보다 못한 영어로 가이드와 대화를 했다. 나폴리 출신이라던데, 이들을 보며 이탈리아 여행할거라면 특히 남부라면 이탈리어아는 필수겠구나... 싶었다. (아이...으..원트...어.. 커피?! 이렇게 말함.)
     
     샐리언니와 줄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노래를 들으며 일출을 구경했다. 그녀의 선택은 클래식팝...크흐...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나왔을 때, 진짜 영화같았다. 아침밥을 주겠다고 했지만, 잠도 덜자고 속이 별로라서 그냥 차만 마셨다. (그래봤자 식빵 두 조각과 가짜잼, 가짜버터, 바나나)
     지프 지붕위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셀피도 찍고, 알록달록한 지프차들이 언덕에 모여있는 모습도 꼭 잡지화보 같았다.
     
     해가 다 떠오른 후에는 하나둘씩 그곳을 빠져나갔다. 약간의 트래픽이 발생했다. 우리는 블랙라바 필드가 다음 코스여서 다른 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갔기에 트래픽잼을 조금은 덜 느꼈다. 나는 사실 그저 샐리언니가 예약한대로 따르기만 했기에 블랙 라바 필드~? 그게모야~? 하면서 흔들리는 지프에서 목이 부러지지 않기 위해 바운스를 탔다.

    이 사진을 보니 뜬금없이 생각났는데, 화장실은 1000루피아를 받고 있으며, 나무조각으로 만든 간이 화장실....이다. 나는 그냥 참았음.
    어긋난 하트
    뒷배경 너무 거짓말 같으서 셀피로 남겨둠...
    하...핫투..

     아무래도 화산인 바투르산에는 현무암지대가 있는데, 그곳의 현무암 지대는 우리나라 제주도와는 조금 달랐다. 돌들이 아직 끈적한 느낌이랄까? 탁 트인 시야도 멋지고, 날씨도 좋아서, 아 그리고 무엇보다 가이드 카덱의 사진실력이 좋아서 인생샷을 몇개 건지고 셋이 셀피도 찍었다...^^ 가이드들에게는 리뷰가 제일 중요하다며 좋은 리뷰를 부탁했다. 가는 동안 샐리언니가 인니어로 몇마디를 해서 그런지 카덱도 우리에게 엑스트라로 잘해주는 게 느껴졌다. 내가 이때 배운 인니어는 '바구스' 좋다는 뜻이다. 인니어는 두번씩하면 강조의 의미가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바구스바구스~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지프를 타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일일 가이드의 차를 타고 다시 크레트야로 향했다. (중간에 커피농장도 방문했는데, 발리가 또 루왁커피로 유명하다고 하더라. 근데 커피농장은 거의 커피를 판매하기 위한 모든 투어의 필수 코스인듯 했다. 사향고양이도 한마리 있었는데 자고 있었다. 타성에 젖은 여자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뷰가 탁 트인 곳에서 커피 플래터를 맛보았다. 역시 나가는 길은 기념품점. 다행이 아무것도 사지 않고 깔끔하게 나왔다.)

     드디어 고대하던 크레트야~ 계단식 논 뜨갈랑랑이 바로 보이는 계단식 수영장ㅋ 우리는 배가 너무고파서 여기서 밥을 먹기로 했다!
    빈땅 크리스탈과 화덕피자, 그리고 비건버거를 주문했다! 요즘 계속 비건버거에 꽂혀서 먹고 싶었는데, 이곳은 사실 버거는 베스트가 아니고, 피자가 진짜 맛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발리에서 제일 잘하는 게 피자인 것 같닼)

    가이드가 찍어준 흡사 크레트야 홍보영상ㅋㅋㅋㅋㅋㅋㅋ가이드들이 하나같이 이런류의 동영상을 찍더라.

     무실패 식사를 하며, 아랫쪽 수영장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거의 대부분 서양인 관광객이고, 한국인, 중국인들이 가끔 보였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탈의실은 두 개뿐이어서 피크타임에 가면 줄이 꽤 길다 ㅜ_ㅜ 그리고 지저분함...)
    굳이 선베드가 필요없어서 우리는 그냥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사진찍으며 놀았다. 어떤 외국인들이 핸드폰을 들고있는 내게 몇시냐고 물어서 그냥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더니, 약간 준비했다는 듯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ㅋ 써먹고 싶었나보다. 

     한시간정도 사진찍고 몸담그고 놀다 나와서 가이드에게 왓츠앱을해서 우붓시내로 다시 향했다. 당연히~ 씻기는 패스~ 여기에서는 머리랑 얼굴은 젖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나왔다. 뭐... 리조트에서도 수영하고 그냥 더운날씨에 머리가 마르도록 두고 다녔기 때문에. 이런게 더 자유로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또 8km정도 되었는데,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이라 그런지 갈룽안 행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 길을 거의 막아서 트래픽이 장난아뉘었다.. 그래서 골골대다 잠들고 가까스로 우붓시내에 도착했다! 슬프게도 샐리언니는 팁을 추가로 주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했다.

     혼자 우붓에 떨어졌을 때 시간이 겨우 1시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또 아트만 카페에 가서 콤부챠를 마시며 시험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Sun Sun 와룽에가서 이번에는 요가원 현지인 친구 폴리나가 추천한 '크리스피덕 = 베벡고렝'을 시도했다.
     간만에 시도한 오리고기였다. 작년에 반년정도 철저하게 비건을 한 이후에 득과실을 느끼고, 사회적인 상황에서는 고기를 먹되, 소고기는 최대한 피하고 있다. 요번에는 너무 비건식만 먹었더니 주말에 입이 터진듯... 이래서 뭐든 균형이 중요해~ 당분간 평일 비건으로 간다.. 베벡고렝은 오리 반마리를 통으로 튀겨서 밥과 반찬이 함께 제공되는 메뉴인데, 오리가 너무 질겨서 먹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대실패ㅠ_ㅠ 너무 선명한 오리의 실루엣에 1차 미안했고, 먹기 힘들어서 그 친구를 해체하는데 현타가 와서 2차 미안했다ㅠ_ㅠ
     그래서 이번에 시도한 발리 전통주 아락 칵테일 (약간 아락토닉 같은 느낌)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아락은 아쟈수액을 증류시켜 만든 40도가 넘는 고도수의 술인데, 너무 세서 보통 칵테일로 먹는다고 한다. 뭐 대충 럼같은 느낌인데, 나는 럼을 안좋아해서.. 
     
     주문할 때 또 다른 전퉁주 '브렘 발리'와 아락을 고민하던 내게, 아락을 추천하고, 브렘 발리는 샘플로 맛볼 수 있게 해준다해서, 쪼그만 잔에 든 브렘발리를 마셨는데.... 나는 그 이후로 브렘발리 노래를 하고 다녔다. 짱구에 가서도 브렘발리를 찾아다녔는데, 이게 fancy한 주류가 아니라서 그냥 마트에가면 팔더라. 요 친구를 결국 집에까지 사간 나...글 쓰고 있는 지금고 마시고 싶다. 내 친구는 복분자랑 비슷하다고 하던데, 과실주의 상큼함/달콤함과는 조금 다른 쌀 발효의 맛이다. 검은 쌀을 증류한 곡주로 발리에서도 우리나라 제사 때처럼 의식 때, 동네 잔치할 때 마시는 술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지 달콤하면서 쌀을 발효해서 나는 자연스러운 새콤한 맛이, 전통주파인 내 마음을 훔쳐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선와룽이랑 발리부다~
    크리스피 덕이라고도 불리는 베벡고렝
    아락 칵테일과 브렘발리!

     미리 예약한 리조트 픽업 차를 타고 드디어 숙소로 복귀~! 오랜만에 술도 마셔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아서! 남은 일요일 저녁을 티칭 연습으로 채웠다! 사빈과 모여 시퀀스를 점검하고, 혼자서 큰 소리로 연습했다. 사빈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랑스러운 할머니였다. 이번에 샐리언니와도 이야기했듯이, 모든 사람은 300 pages book이다. 모든 장을 보기 전까진 봤다고 할 수 없다. 사빈 덕분에 멋진 멘트와 함께 시퀀스 정리를 마치고 한번 더 연습했다. 샬라에 불이 켜진 걸 보고 외출했던 람&에미 쌤 커플이 기웃거렸다.
     "Somebody's working hard~" 헤헿.... 하루종일 놀다와서 이제야 공부하는데 칭찬받은 느낌?
     
     이제 다음주 월요일, 화요일의 일정만 마치면 수요일에 졸업하는 날이라, 매분 매초가 벌써 아깝고 소중하다.
     
     
     
     
     
     

Written & Photographed by Ga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