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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에서 요가공부#23 Bali Yoga
    발리 이야기 2023. 10. 23. 22:15

    8.22(Tue)

    "비치요가, 티칭 시험과 롤링페이퍼"

     

    새벽같이 사누르 해변으로 출발했다! (5:15am에 로비에 모여 차를 탐) 

    소셜토킹 없이 모자란 잠을 자고싶어서 조수석에 앉았고, 와얀이 운전을 했다. 내가 너무 헤드 쉐이킹을 하며 잤나보다... 와얀이 내 머리를 밀어주고, 뒷자리의 요기 톰과 엘라가 썸머 겁나 유연하다며 낄낄대는 소리를 중간에 잠에서 깨어 듣고도 계속 졸았다.

     

     발리 입성하고 놀랍게도 처음으로 바닷가에 갔다... 그동안 우붓 정글과 간간이 맛본 수영장이 끝이었기에 탁 트인 바다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바다 냄새가 너무 반가웠다. 나는 인천출신으로... 툭하면 엄마아빠와 바닷가 드라이브를 가거나, 갯벌에서 조개잡고 해물칼국수를 먹곤 했기에 늘 어려서부터 바다와 가까이 지냈다. 특히 근래에는 서핑한다고 동해바다를 거의 주말마다 갔기 때문에, 나름 최장 기간 바다를 못본 것 같기도.. 흡

     

     해뜨는 걸 보면서 Sun Salutation이라니... 너무 꿈같은 시간들이다. 약속한대로 폴리나가 출근 전에 우리와 합류하여 모닝요가를 했다.

    역시 그녀는 내 인생의 롤모델이다... 다들 너무 정이 들어버려서 어제부터 헤어질 생각만하면 계속 슬프다.

     

     비치 아쉬탕가 요가와 아크로 요가(여럿이 함께하는 요가) 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각자 커피를 사들고, 리조트에서 싸준 브랙퍼스트 박스의 샌드위치와 과일을 각자의 매트에 앉아 바다를 보며 먹었다.

    폴리나와 흑백 커플 슬리퍼~~

     

     그리고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공부할 티칭노트도 두고왔고, 읽을 책도 안가져온 터라 머쓱했는데, 스테이시가 쇼핑을 하러 간다기에 쫓아가기로 했다. 여럿이 함께 가게 되었는데, 이렇게나 여러명이 같이 움직이면서도 불평 없이 잘 다닌 게 참 신기하다. 거의 모든 가게에 들어가서 기념품과 옷을 구경했다. 애슐리와 스테이시 그리고 케일리, 스테프와 함께 모든 가게를 들락거렸고, 유일한 남자들인 톰과 제시는 우리가 구경하는 동안 가게앞에서 가드처럼 우리를 기다렸다 ㅎ_ㅎ

     

     덕분에 샵에서 예쁜 반지도 사고, Fancy한 레스토랑에서 생강과 민트가 들어간 레몬주스도 마셨다. 전통시장에가서 아주 작은 실버 가네샤를 봤는데, 내가 반지를 사느냐 현금을 다 쓴데다가 신용카드를 숙소에 두고와서 (ㅠㅠ) 가네샤를 탐만 냈다.

     

     옆에서 발리 마그넷을 사던 애슐리가 내가 내려놓은 가네샤 조각을 상인과 흥정하기 시작했다. 250k 루피아를 부른 상인에게 100k 루피아를 제시한 애슐리. 200k를 부르는 상인에게 "150k루피아로 해요 그냥, 이거 내 친구한테 줄 선물이니까"라며 굉장한 카리스마로 흥정해버린 애슐리는, 그 가네샤를 바로 나에게 주었다. 따흑. 그 친구가 나였어...?! 크게 치여버린 나. "이걸 볼 때마다 나를 기억해달라는 의미야"라며 나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ㅠㅠ 너무 멋진 여성이야.. 어떻게 이렇게 배울 점이 많은 여자들만 모였는지.. 흐흑 나는 운이 좋다.

     전세계에서 모였는데도 누구하나 모나거나 별나지 않고 잘 어울렸다.

     트래픽 덕분에 여유롭게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마지막 점심식사를 먹고 오후 빈야사 시간에 사빈과 티칭을 했다.

     미리 어제 사빈과 작당했던 롤링페이퍼를 모두가 눈감고 누워서 쉬는 사바사나 시간에 준비했다. 각자의 자리 앞에 종이와 색연필을 두고, 사바사나를 깨운 후에 롤링페이퍼를 부탁했다. 각자의 이름을 먼저 상단에 적고 같은 방향으로 종이를 넘길 것! 첨에 당황한 것은 이 '롤링 페이퍼'가 한국에서만 쓰는 단어라는 것..! 영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찾아보니, Year end book 이라고해서 졸업앨범에 각자 한마디씩 적어 넘기는 정도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로 롤링페이퍼는 담배나 약을 감싸는 종이라는 뜻임;

     

     처음에는 내가 모두의 메시지를 받고 싶은 욕심에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나는 가끔 나의 이런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고 자신이 없어서 잘 드러내지 않는데, 내가 넌지시 내놓은 아이디어를 사빈이 너무 아름답다며 함께 추진해주었다. 사바사나 시간에 깔아둔 배경음악도 아이디어가 좋다며, 제목을 몰라 헤매던 내게 정보를 알려준 것도 사빈이었다. 사실 사빈과 나는 동시에 같은 음악을 떠올려서 신기하기도 했다.ㅎ

     

     앞으로도 이런 바보같다고 느껴지는 작은 아이디어도 자신있게 내놓는 내가 되어야겠다! 설령.. 바보같다는 소리가 되돌아 오더라도..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이번 것처럼 모두가 만족해 할만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롤링페이퍼를 적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걸렸고, 따로 수업을 하고 돌아온 300hr 코스 친구들인 스테이시, 톰, 젠도 뒤늦게 합류했다. 키르탄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각자 엎드려서 종이에 메시지를 적는데, 에미쌤이 나와 사빈에게와서 시퀀스에 대한 칭찬과 코멘트를 남겨주었다. 

     오전에 해변가를 다녀와서 피곤했던 우리에게 정말 딱 맞는 시퀀스였다고 칭찬해주었고, 에미는 내게 너는 후굴이 잘되기 때문에 수련자들에게 후굴을 위한 등근육 강화 동작이 빠진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렇다. 유연한 선생님들은 뻣뻣한 사람들의 몸이 이해가 안가고, 힘이 좋은 선생님들은 근력이 없는 수련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 더 힘써야 한다. 좋은 코멘트였다.

    (참고로 나는 모두에게 한국어로 메시지를 남겼다ㅎ. 비밀스럽기도 하고, 내 모국어로 진심을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내일은 졸업식 Closing Ceremony를 하고 다같이 외식을 하기로 했다. 모두가 끝이 다가오니 아쉬운 마음에 좀 더 애틋해진 것 같다.

     그리고 끝내 내가 대부분의 말들을 알아 들으면서 관계가 형성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매일밤 유튜브로 영어공부를 한 보람이 있다.

     내 삶에서 손에 꼽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모두에게서 요가뿐 아니라 스스로를 대하는 자존감,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특히 터득하게 된 것 같다. 이제 더는 눈치보거나 작아지지 않겠다! 모든 시험을 마친 후 오랜만에 한 밤수영이 전보다 자유로운 것처럼.

    롤링페이퍼 적고 있는 클래스 메이트

Written & Photographed by Ga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