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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에서 요가공부#17 Bali Yoga
    발리 이야기 2023. 9. 26. 01:21

    8.16(Wed)
    "마음도 아사나처럼 유연하게"
     
     손톱이 그새 무지 자라서, 발리 입성 후 처음 잘랐다. 잠깐씩 내가 발리에 있다는 걸 이제는 까먹곤 한다. 마치 원래 여기서 살던 사람인냥..
    (이런 느낌이 들 때마다 영화 기생충에서 문광의 남편이 벙커에서 사는 게 이제는 마치 여기에서 태어난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 게 생각난다. 뭐랄까, 인간의 적응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와 현재 환경이 얼마나 나를 지배하는지 등등..이 새삼 도드라지는 것 같다.)
     
     문제는 손톱깎이만 있고, 스크래퍼가 없었다. 그냥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한 마당에 거친 나의 손톱끝에 내 얼굴이나 팔다리 여기저기 긁힐 것을 감안하기로 했다.
     그런데 화장실 벽이 거칠거칠 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손톱을 긁어봤다. 잘 갈리더라. 
     역시 없어도 다 되는 방법이 있어. (Go with the flow)
     
      오늘 아침시간에는 찐인도인 Ram 쌤이 짜이 (Chai tea)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짜이는 인도가 원조인 것으로 향신료 이것저것 (자세히 모름ㅋ)을 넣어서 우유에 끓여내는 밀크티 같은 것이다. 원래도 차이티라떼를 즐겨마셨던 터라 너무 기대가 컸다! 당연히 요기인 람쌤은 오트밀크로 짜이를 만들어주었다. (짜이의 비밀은 차이 믹스 스틱이었지만...)

    블랙짜이 시나몬.. 생강... 카다멈...정향..후추..

     그리고 내 옆자리에서 밥을 먹던 카리싸가 내게 "Do you know Cliff bar?"라고 물었다.
    Yes, I know. But which location do you mean? There are a lot of cliffs.
    "Oh, I mean the protein bar... CLIF.." 
    OMG!!! 실제로 CLIF라는 아주 다양한 맛의 에너지바가 있는데, 카리사가 이 에너지바가 너무 당긴다며, 아마존에서 벌크로 주문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카리사는 자기가 먹던 아보카도 샌드위치 같은게 너무 먹고싶다 했다. 아무래도 서양인들에게 매끼니 밥과 국수는 너무 힘겨웠나보다. (그나저나 이 클리프바... 시도해보아야겠다. 얼마나 맛있길래?)

    이것이 CLIF bar

     너무 안타까웠기에 우붓의 내 최애 식료품점 'Bali Buda'에는 다양한 비건 베이커리를 파는 게 생각났다. (나도 먹고싶기도...)
    카리사에게 점심 이후 셀프 스터디 시간에 같이 고젝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오자고 했다. 그러자고 한다.
    고젝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려고 어플을 켰는데, 발리부다에서 배달이 가능한 것이었다! 굳이 둘이 나갔다 올 필요없이 배달로 시키기로 했고, 겁나 신이 나기 시작한 카리사! 그렇게 초콜릿 에너지바와 피넛버터 볼을 배달시켰고, 우리나라 쿠팡이츠처럼 오토바이 한대가 다이렉트로 음식을 픽업해서 가져다줬다. 배달료는 700원 정도밖에 안했다... (그 후로 카리사는 고젝을 다운받아 시도했으나,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현지에서 해외카드로 결제연결이 어려웠다. 아니 회원가입조차 어렵더라. 핸드폰 인증 어쩌구해서... 그래서 그랩으로 시도했고, 그녀는 마침내 어느날 아침 식사에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었다.)
     

    빈야사 시간에 도전한 암발란스 자세 (에카파다 코운인야 아사나 접근) 손바닥 안쪽 아치가 자꾸 들린다. 잔뜩 움켜쥔 오른발가락들..

     아침 휴식이 끝난 오후 이론수업 시작 전,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로비에서 픽업해 수업시간에 함께 나눠먹으며 수업을 들었다. 진짜 같이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친구들이 그게 뭐냐고 물어봐서 대답만하고 나눠주진 않았다. 내꺼잖아? 후훗... 그렇다기보다 모두에게 나눠줄 수 없어서 냉정하게 외면해버렸다.
     그 후로 아이들은 배달을 종종 즐겨먹었고, 룸메인 클리에나도 내게 어떻게 배달시켰냐고 물어봐서 친절스하게 알려주었다. 클리에나도 발리부다의 빅팬이었다. (짱구에도 지점이 있는 것을 보고, 짱구에서도 여러번 방문했다. 그래도 단연 우붓지점이 최고)

    참깨 캐슈넛 아몬드 대추야자 등으로 만든 에너지바! 대추야자만 있어도 비건 베이커리는 뚝딱이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비건) 초콜릿 캐슈 타르트!
    배달고객에게 친필 메시지라니....
    신문지를 재사용하여 만든 쇼핑백을 사용하는 발리부다. 이러니 어떻게 안사랑할수가... 사랑할 수 밖에...

    https://maps.app.goo.gl/geDR8Q3hVbYu2fXV7

    Bali Buda Cafe · F7R6+PR8, Jalan Raya Ubud, Next To Ganesha Book Shop, Padang Tegal Kaja, Ubud, Kecamatan Ubud, Kabupaten Giany

    ★★★★☆ · 건강식품 음식점

    www.google.com

     어제부터 느낀 것인데, 내 몸은 이미 충분히 유연하게 열려있으니, 마음만 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언어의 장벽, 아직은 내것을 할 때가 아니라는 우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 등등.
    이곳에 와서 공부하는 게 무엇인가. 결국 어떻게하면 잘 살 것인가, 잘 사는 방법을 찾으러 왔다. Self-control이 중요하고, 내 몸이 '나'가 아니라는 것, 늘 숨쉬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떄로 잊혀지고,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겠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환기시키자.
     
    매달 둘째주 일요일이랄까, 뭐 그런 식으로 정해서 모든 배운 것들을 환기 시킬 것, 매일 아침루틴 성실하게 실천하기. 나태해지지 말고, 기분이나 순간적인 충동에 휩쓸려 나 스스로를 제대로 대우하는 것을 잊지 말 것. 나를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쉬게할 것.

    아사나 정렬시간에 머리서기와 암발란스 동작을 공부했다. 나의 머리서기는 남들보다 늦었다. 꾸준히 2년 넘게 수련하고, 머리서기 특급 훈련을 매일 밤 한 어느날 딱 감이 오더니 1분을 유지했다. 그 후로 너무 감사하고 신나서 매일 밤 자기전에 머리서기 3분을 하고 자는 루틴을 지켰더니, 지금은 이렇게 안정적인 상태에서 하누만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노오력은 배신하지 않아.
    먹다가 초근접으로 찍어버린 저녁메뉴지만... 구운 채소에 페스토를 올려 먹는 메뉴가 마음에 들었다. 집에 가서도 해먹어야징.

     오늘은 저녁에 컨디션이 나빠서 명상시간에 그냥 누워있었다. 도저히 허리를 바로 세우고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몸이 안좋고 자꾸 하품을 했다. 나는 늘 이게 그저 컨디션이 안 좋고, 늘 컨디션이 최상일 수는 없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는데, 이 '컨디션이 나쁘다'는 느낌이 아프기 시작했거나, 곧 아플 것이라는 신호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더욱 소중한 깨달음이 또 있다. 이렇게 몸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에는 사람들, 특히 소중한, 가까운 사람은 만나기를 피해야 한다.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서로가 최상의 컨디션일 때 보는 게 최선일 것 같다.
     그리고 계속 걱정에 움츠러든 모습을 내 스스로 깨닫는데, 여긴 발리고, 자유를 찾아서 왔다!! 뭔가 막혀있는 느낌을 떨쳐내자! 
    "마음을 내 아사나처럼 유연하게-"
     

Written & Photographed by Ga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