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요가공부#2 Bali Yoga
8.1 (Tue)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어쩌면 화장실일지도.
눈뜨자마자 욕실 겸 화장실에 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에 '아, 내가 우붓 정글 안에 있구나'라고 단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밤사이 울어대던 이상한 소리들도... (새가 짹짹거리는 거라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원숭이 일지도.. 짹짹 = 우끼끼)
욕실이 오픈형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발리가 처음인지라 원래 이런줄 알았다.
오프닝 세레머니는 6pm이었다. 조식을 먹으러 일찍 일어났던 터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을 타고 우붓 시내를 우선 돌아보기로 했다.
가보고 싶어서 구글맵에 별표해두었던 요가원 중 가장 메인 스트릿에서 가까운 Radiently Alive를 가기로 했다. 오전 시간대에 맞추어 FluidUs라는 새로운 형태의 요가수업을 들어보기로 한다.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수업들을 많이 겪어봐야지.
이때 Himalayan Kriya class를 들어봤어야 했는데.. 아직도 아쉬움이... 철학 티쳐인 Azmi가 수업 내내 강력 추천했던 터라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발리 내에서도 저 수업은 찾기가 어렵더라. Radiently Alive와 The Yoga Barn에서 워크샵 형태로 종종 하는 것 같았다. (*Himalayan Kriya Yoga는 쿤달리니를 깨우기 위한 Very active한 호흡과 무드라 (몸짓, 손짓)로 이루어진 수업으로 프라나야마를 수련한 Advanced에게 추천되는 것 같았다. 아사나 보다는 명상이 주목적.)
갈 때에는 무료 셔틀 시간이 맞지 않아 고젝을 첫 개시.. (오토바이 뒷자리 타고 동네구경하는 맛이 아주 꿀맛)
우붓에가서 가져온 달러를 루피아로 환전도 하고, 심카드도 사려고, BMC Money changer로 목적지를 정했다.
근데 막상 도착해서 가방을 뒤져보니 달러 있는 현금봉투를 숙소에 두고왔네 ^^ 환전소 직원한테 혹시 신용카드로 환전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근처 BMI 은행의 ATM기기로 시도해보라고 했다.
신용카드 해외 거래가 자동으로 막혀있어 그런지 현금 인출에 실패해서 오늘은 하루종일 신용카드가 되냐고 물어보며 상점을 돌았다. (어디에선가 우붓은 아직도 cash only가 많다던데,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 신용카드 사용이 잘 되었다. 다만, 간혹 신용카드로 결제 시에 extra charge 1~3% 가 부과되는 곳이 꽤 있었다. 그럴 경우 결제 전에 미리 말해주지만, 아닌 경우도 있어서 extra charge가 있냐고 매번 물어봤었다.)
자꾸만 내 바보짓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게 머릿속에서 더 커져가고 있어, 손으로 적어서 여기에 털고 이제 더는 생각 않기로 약속..
1. 항공권 일정을 잘못 예약 -> 하루 때문에 비자 연장해야 함. 추가로 4.5만원 지출 예정.
2. 입학날짜와 시간 잘못 알아서 하루치 숙소 & 밥값 ($50) 지출 -> 그래도 덕분에 미리 우붓을 둘러볼 수 있었다!
3. 환전할 현금 두고 시내에 나감 -> 카드로 어찌어찌 다 되긴 하더라. 심카드도 카드로 구매함.
4. 요가반이 가장 유명한데, 래디언틀리 얼라이브를 간 것 -> 그런데 좋았다. FluidUs라는 독특한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나의 아사나에 돌입하기 전에 몸을 앞뒤좌우로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위치를 찾아내는 방식의 시퀀스였다. 아사나는 안정적이고 편안해야 하므로! 게다가 입학 후 본격적으로 영어로 요가를 배우기 전에 한 번 미리 경험해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낫밷?
정리해보니! 결과적으로 뭐... 지출이 조금 생긴 것 말고는 크게 지장이 없다! 나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기로, 지출에 폐쇄적인 태도를 고치기로 마음먹었자놔..
오늘 하루 동안 중고로 구매한 B매거진 <발리편>에서 보고 별표해 둔 가게들을 거의 모두 갔다. 뚜벅질로 다녔지만, 오토바이로 다녔다면 더 많은 곳을 가봤을 수 있었을 듯.
Tukies cocout에서 코코넛 아이스크림과 Roasted cocout/코코넛 에너지바를 구매.
WE-AR yoga wear store 방문. (비싸서 구매는 못함.) Acai Queen에서 스무디볼 먹어 봄.
Bali, made in bali라는 옷가게에서 입학/졸업식 때 입을 흰 옷도 구매했다. 소재가 얇고 주름이 있어서 따가운 발리 햇살을 막아주면서 시원하게까지 해주는 rayon 소재. 내가 좋아하는 꼬임 디테일의 셔츠와 커다란 판쵸 커버업을 구매했다. (결과적으로 너무너어무 잘 입고 다님)
Utama Spiced에서 모기 퇴치제 'Begone Bug'를 구매. Utama spice 매장이 우붓 내에 한 곳 뿐인 줄로 착각해서 Monkey forest 근처까지 걸어가서 구매하였지만, 덕분에 길숭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원숭이띠 인간으로서 너무 반가웠던 것.
Radiently Alive에서 요가 수련까지~
우붓 시내를 두 발로 뚜벅뚜벅 걸으며 왠만한 곳들을 모두 스캔했다. 걷기는 이래서 좋아.
무료 셔틀을 타러 가서 'Wayan'과 처음 만났다. 출발시간보다 조금 앞서 도착했는데, 픽업 장소가 템플입구라서 택시 기사들이 주욱 앉아서 호객행위를 하는 곳이었다.
한 택시기사가 집요하게 어디로 가냐길래, 리조트 셔틀 기다리고 있다하며 룸키를 보여주니, '아~ 바누스와리? 거기 셔틀은 저쪽에 있어~ 방금 왔는데, 먼저 타있어도 될걸'이라며 안내를 해주는 것?
돌이켜보니 옷가게 직원도, 심카드 판매한 아저씨도 모두 금새 친구가 되어있었다. 심카드 아저씨는 코로나 팬데믹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기가 아끼는 올드 베스파를 두 대나 팔아야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누었던 것.
아무튼 그렇게 만난 와얀은 리조트 매니저로서 이 요가 코스를 기획하고 관리하고 있는 아저씨였다. Wayan은 발리에서 흔한 이름으로 그냥 '첫째'라는 뜻임. 나는 가연인데 너는 와얀이냐며 이야기를 시작해서 어느새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했고, 내 룸메가 Cliodna라는 아일랜드 아이이고, 오늘 밤늦게 도착해서 오프닝 세레모니에 못 참석한다는 정보까지 알아냈다.
셔틀의 동행으로 앞으로 새 가족이 될 동기 Jenn과 Sabine을 만나 먼저 인사를 나누었다. 어려운 한국이름 대신에 회사에서 사용하던 영어이름 Summer라고 소개하니, 이름이 귀엽다고하고, 더 잘 불러주더라.
Jenn은 심지어 저번달에 200hr를 마치고, 이번달에 300hr를 추가로 하기로 결정해서 총 500hr 학생이었다.
미국인 큰 언니 젠과 호주 할머니 사빈.
아무튼 돌아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오프닝 세레모니를 하러 5시에 식당으로 향했다. 간단한 발리 디저트로 바나나잎에 쌓인 찰떡과 티를 마셨다. 아랫층에서 머무는 미국인 언니 Stacey를 방 앞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고, 미국 MZ Kaylee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보고 너무 예쁘다 (gorgeous)하다고 말해준 케일리..고마와...발리에서는 내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나에게 잘해주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날 예뻐해주는 사람들이었어서, 칭찬을 받아들이는 법도 배울 수 있던 시간들이었다.
너무 피곤하다.. 영어로만 둘러 쌓인 이 환경... 그치만 걱정은 안된다. 왜인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발리다.
오늘의 나. 충동구매 안하고 참은 것 잘했고, 자책 많이 안하는 것 잘했다. 우붓거리 여기저기 놓인 자낭, 벤조, 인센스향 가득….
그나저나 한국인이라는 게 되게 잘 먹힌다. 2017년도 네덜란드에서도 K-pop덕후 플랏메이트 덕분에 집을 잘 구했는데, 2020년대의 한국은 확실히 인식이 다른 것을 느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너도나도 한국에 가봤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둥 한마디씩 해주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열심히 일해야겠다..^_^
오프닝 세레머니는 발리 Traditional Ritual로 사롱을 두르고, 꽃 머리띠, Tridatu (삼색 실팔찌)를 착용 후 Holy water를 뿌리고, 마시고, 세수하고.. 쌀을 받아서 먹고, 미간, 쇄골 가운데 부분에 붙여주었다. 망후라는 사람이 그 의식을 주도했는데, 내가 이해하기로는 한국 절의 스님이나, 교회의 목사님 같은 느낌. 다만 힌두교 버전.
아무튼 이 의식이 holy하면서 '사소한 리츄얼'을 갖자고 마음 먹었던 게 떠올랐다. 사소한 리츄얼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어디서 봤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국의 '고사'와 같은 의식이었다. 나도 앞으로는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미를 담아서 '고사' 지내야지…!
내일부터 빡세게 요가를 시작할 예정이니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겠다.